Ambiguous Emotion 모호한 정서
작가노트
우리의 마음 속 공간에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의 잔상들이 남아 있다. 이 잔상들은 성글게 놓인, 무척이나 사소한 요소들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발 디디기 어렵게 어지럽혀진 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감정과 생각들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섞여버린 중간 상태에 존재한다. 나는 이 상태를 '모호한 정서'라 지칭하고 우리는 주로 이러한 상태에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 속에 널부러져 있는 무수한 모호한 정서들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오르며, 때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희망과 절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 우리의 마음을 복잡하고 애매하게 만든다. 이 모호한 정서들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에 채이는 장애물처럼 우리를 방해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명확한 답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내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하지도, 너무나도 불행하지도 않은 중간 상태의 모호한 정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마음 속 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들이 있으며 복잡함과 복합성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잔상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여러 잔상들은 예측을 빗나갈 때도 있고 때로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심히 굴러 나와, 나를 이리저리 휘저어 놓는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때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완전함 속에서 발생한다.
명확하지 않은 수많은 요인들이 공존하는 이 모호한 정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불완전함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모호함과 불완전함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들은 항상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이 모호한 정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반영하며, 우리의 성장과 또다른 가능성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혼란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모호함을 정리하는 것은 단순히 불필요하고 불확실 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마음속 잔상들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을 열어 불확실하지만 명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의 감정들이 뒤섞인 이 모호한 정서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을까. 마음속 방을 정리하는 것은 끝이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의 마음 속 공간에는 어떤 잔상들이 남아 있는가? 그 잔상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모호한 정서 상태에 놓여있지만 여러가지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비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나의 공간을 불현듯 어지럽힐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야 말로 모호함 속에서 유유히 자신만의 균형을 잡는 일 아닐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2024, Mixed Media(Clock, Soil, Pot, Poll, Printed Text), Size Variable
정서의 잔상, 2024, Mixed Media (Clay, Pencil), Dimensions Variable
당신의 양면을 확인하시오., 2024, Available in Various Size, Digital Print
Gray Scale, 2024, Mixed Media (Printed Text, Glass, Gray Color), Various Size Available
Full Text of Gray Scale, 2024
회색은 색채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중립적인 색으로,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흰색이 까맣게 변해가는 것인지, 검은색이 희게 변해가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색들이 섞여 회색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그 중간의 색이 바로 회색이다.
이 색은 우리 마음 상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명확한 방향이나 결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회색의 감정을 느낀다. 마음이 흔들리곤 할 때, 우리의 마음은 회색으로 물들며, 모호함과 혼란함을 상징한다.
때로는 회색은 변화의 색이 된다. 삶 속에서의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을 상징하며,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회색을 마주하게 된다.
더불어 회색은 성숙함과 균형을 의미한다. 세상은 결코 분명하게 딱 떨어지는 색이나 명확한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무수히 많은 회색조의 결합이다. 삶의 복잡함과 인간 관계의 복합성은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무한한 회색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의 회색빛은 때로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안에 섞인 색들의 합이 불확실하지만,
회색은 우리에게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다.
회색은 단순히 중립적이고 애매한 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마음 속 깊은 곳에 조용히 자리 잡은 중요한 색이다.
회색은 삶의 복잡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는 마음의 색이다. 회색 속에서 모호함 속에서 균형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온을 들여다보자.
회색을 볼 때 당신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 사람인가?
당신은 흰색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검은색이 흰색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안에 녹여진 여러 다양한 개별적인 색깔들이 보이는가?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 답이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불확실함을 당신은 어떤 태도로 볼 것 인가?
Photo: 유영공간 Space Uooyoung